이재명 ‘내부 첩자설’ 주장..통합은 쇼였나?

이 대표는 방송에서 "2023년 당시 정부와 여당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나를 구속하려 했고, 검찰이 조직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며 "체포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당내 일부와 검찰이 사전에 짜고 움직인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3년 6월 민주당 내 유력 인사와 만났을 때 사법처리를 언급하며 당 대표직 사퇴 시점을 정해줬다"며 "이후 실제 영장 청구 시점과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비명계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비명계 전직 의원들의 모임인 '초일회'는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근거 없이 동료 의원들이 검찰 및 국민의힘과 내통했다고 주장한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당내 통합을 해치는 분열적 발언"이라며 "통합 행보가 쇼였느냐"고 비판했다. 초일회는 "앞에서는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동료를 공격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며 이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당시 검찰 부역자들과 통합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이미 지난 일"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의 모든 역량을 모아 혼란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통합 기조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계파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동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YTN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발언이 통합 기조에 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특정 인사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과거를 회상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두관 전 의원은 "이 대표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내부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웅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 대표는 스스로 체포 동의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며 "그렇다면 본인이야말로 검찰과 내통한 부역자 1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당내 일부와 검찰이 결탁했다는 주장은 명확한 증거 없이 하기 어려운 이야기"라며 "이 대표가 최근 강조해온 통합과 포용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가결 여부를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세웠다고도 밝혔다. 그는 "부결을 요청한 것은 가결파를 식별하기 위한 장치였다"며 "가결을 선택한 이들에게 당원과 국민이 책임을 물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명계는 "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내부 인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통합을 해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의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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