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도서 퇴출' 대한민국, 국제적 망신 예약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성평등 및 성교육 관련 도서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보수 성향 학부모 단체의 민원과 이에 동조하는 일부 지자체의 행동은 명백한 검열이자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 10월 충남도의회는 도서 선정 시 '반국가적·반사회적·반인륜적인 내용'을 검열할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며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는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여성가족부 선정 '나다움 어린이책'을 포함한 성평등 도서에 대한 열람 제한 조치를 옹호하는 발언과 맞물려 논란을 더욱 증폭시켰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충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라는 명목으로 2500여 권의 도서가 폐기되었는데, 그 목록에는 독일 올해의 과학 도서상을 수상한 '사춘기 내 몸 사용 설명서'와 같은 우수 도서뿐 아니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같은 문학 작품까지 포함되어 충격을 안겼다.
이처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일부 단체의 주장에 휩쓸려 명확한 기준 없이 도서를 폐기하고, 심지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까지 검열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이는 사서들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행위이며, 결국 다양한 정보와 지식에 접할 권리를 제한하여 사회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얼룩졌던 과거 정부의 행태를 반복하는 듯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다. 문화예술계 탄압을 멈추겠다던 약속과 달리 지자체의 검열 사태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입장을 떠나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이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이 공존하는 공공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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